여행자 마켓
공덕역 1번 출구에서 열리는 늘장에서 2015년 5월 9일부터 매월 둘째주 토요일에 여행장이 열린다. 여행장이란, '여행자'들이 모여 생활문화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여행문화장터'이다. 경의선 숲길 공원을 따라 생활문화장터를 꾸리는 늘장과 도시문화이슈를 고민하는 어반플레이가 만나 생겨났다.
첫 번째 여행의 테마는 '여행과 삶'이다. 어딘가로 이동하는 경험을 여행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모두 여행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 삶을 여행하는 우리, 그리고 한국을 여행하는 여행자, 그리고 여행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만나 첫 번째 여행장을 만들어 나간다. 매월 둘째주 토요일, 여행장에서는 자신의 여정을 여행장 셀러로서 나누어 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늘 장]
매주 토요일이면 사당역 공영주차장 거리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서초벼룩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시장이 개장되는 아침 9시 부터 마감되는 오후 3시까지 이 곳은 재래시장 5일장에 버금가는 활기로 가득찬다.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당일 아침 선착순으로 접수해야 하기 때문에 사당역 앞은 아침 일찍부터 부산스럽다. 접수를 마치면 추첨을 통해 자리를 배정받고, 판매자들은 좌판을 펼친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벼룩시장인 만큼 단골 손님도 많다. 저 멀리 지방에서까지 올라온다. 짐 보따리 사이로 들려오는 구수한 사투리가 정겹다.
아이들 손을 잡고 구경나온 가족부터 데이트 나온 연인들까지 토요일 나들이 겸 쇼핑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뒤엉켜 정신이 없다. 당연히 가장 바쁜 사람들은 장사하러 나온 사람들이다. 파는 사람 반, 사는 사람 반이지만 쇼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기 위해 여기저기서 "쌉니다 싸요"를 외치는 소리로 왁자지껄하다. 하지만 눈을 흘기고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고 파는 일 자체가 재미있고 이색적인 곳이 바로 벼룩시장이기 때문이다.
벼룩시장을 제대로 즐기는 노하우는 따로 있다. 파는 사람도 많고 사는 사람도 많지만 서로 다른 것을 팔고, 각자 사고 싶은 것도 다르다. ‘파는 법, 사는 법’에 대한 노하우를 알면 벼룩시장이 2배로 즐거워진다.
잘 팔려면 일단 가짓 수가 많으면 유리하다. 다양한 물품은 한눈에 띄고 여러 기호의 구매자들을 끌 수 있다. 거의 비슷한 크기의 자리를 배정받기 때문에 진열법에 따라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한다.
물건 값을 외치는 목소리도 중요하다. 일단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가격을 싸게 불러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다음 손님이 오면 좀 더 비싼 물건을 구매하도록 흥정을 하는 것이다. 정말 좋은 물건은 숨겨놓는 것도 노하우다. 싸게 팔리건 비싸게 팔리건 별로 상관없는 장사지만 이왕이면 잘 파는 것이 더 돌아가는 즐거움을 누리게 하기 때문이다.
잘 사는 법은 더 간단하다. 우선 개장 시간에 맞추어 가는 것이 필수다. 좋은 물건은 금방 사라지고 12시가 넘으면 웬만한 물건도 바닥이 난다. 관심가는 물건이 포착되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내고 싶은 돈을 건넨다. 물건의 가격은 파는 사람 마음인지라 얼마든지 깎을 수 있다. 실랑이를 할 필요도 없다. 경쟁자만 없다면 판매자가 부른 값보다 분명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젊은 판매자를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다. 적당히 둘러서 값을 치르면 별말 없이 물건을 판다. 벼룩 시장에서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건 이처럼 서로 즐기면서 장사를 하기 때문이다. 벼룩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두둑한 지갑도, 커다란 장바구니도, 발 편한 신발도 아닌 축제처럼 맘껏 즐겨보자는 마음일 것이다.
뚝섬 아름다운장터는 2004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국내 최대의 정기 벼룩시장이다. 아름다운가게와 서울시가 함께 주최하고 있으며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 한강 시민공원 뚝섬지구에서 열린다.
뚝섬 아름다운장터는 평소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시민들이 직접 들고 나와 판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수익금 중 10% 이상을 아름다운가게로 기부하는 행사다. 참가한 시민들끼리 서로 필요한 것을 나누기도 하고 판매를 통해 생기는 수익을 기부함으로써 나눔 문화의 장이 되고 있다.
기부금은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해외 어린이 노동자,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쓰인다. 곳곳에서 쓸 만한 물건들을 내놓은 장돌뱅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내게 필요한 물건을 찾는 것은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것과 같이 즐거운 추억이 된다. 내가 장돌뱅이가 되기도 하고 구매자가 되기도 한다.
뚝섬 아름다운장터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을 장돌뱅이라고 부른다. 장돌뱅이가 되고 싶은 사람은 미리 신청을 하거나 현장에서 접수를 해도 된다고 한다. 이 장터는 특이한 입장료를 지불해야 들어갈 수 있다. 자신이 사용하던 헌 물건 1개를 기증해야 구매자 또는 장돌뱅이로 장터에 들어갈 수 있다. 어쩌면 다른 사람에게 보물이 될 만한 물건을 먼저 내어주고 나의 보물을 찾기 위해 들어가는 재미난 상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눔이 주제인 이곳 뚝섬 아름다운장터는 모두 헌 물건이면서 모두 새 물건이 된다.
뚝섬 아름다운장터에는 정말 어린 장돌뱅이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제 물건을 파느라 여념이 없다. 뚝섬 아름다운장터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어린 장돌뱅이가 되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미리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고 보호자와 함께 참여할 수 있다. 몇몇은 부모의 손에 이끌려 이곳에 와 장돌뱅이가 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신청하고 부모나 학교 선생님을 졸라 오기도 한다.
한 장돌뱅이 무리들은 학교에서 학급회비도 마련하고 기부도 하는 취지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렇듯 어린이들의 참여가 늘고 있는 모습에 어른 장돌뱅이들과 구매자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어린이들이 직접 판매를 하고 있는 ‘어린이 장터’에서는 물론 구매자도 아이들이 많다. 쓰다가 쉽게 버리는 물건의 소중함도 깨닫고 경제관념까지 배울 수 있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없는데 괜찮은 물건을 싸게 가질 수 있는 조건이 매일 새로운 것을 원하는 아이들을 만족시켜 준다.
장이 열리고 있는 중에는 새로 산 물건을 소중히 사용하고 또 되팔 수도 있다. 어떠한 물건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습관을 아이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고 물건을 어떻게 사야 되고 팔아야 되는지 스스로 생각하면서 장사꾼도 되어보고 구매자도 되어보는 즐거운 경험이 이루어진다. 무엇보다 이곳은 나눔과 기부의 의미를 아이들에게 생생하게 알려주는 살아있는 배움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
최근 대안시장, 예술시장 등등 독립적인 창작자들의 활동이 많지만, 그 시작은 2002년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안시장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은 일상의 열린 공간에서 다양한 창작자들과 시민이 만나 소통하고 교류하는 자생예술시장이자 축제다. 스스로 창작하는 이들은 누구나 참여해 참가자로 활동할 수 있으며, 시장에서 시민들,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자유롭게 소통하고 교류한다. 프리마켓을 통해 누구나 일상에서 아름다운 변화를 꾀할 수 있다.
프리마켓을 즐기는 방법
▶생활창작품 전시판매
프리마켓은 남녀노소 누구나 창작하는 사람들의 창작품을 가지고 단순히 전시-판매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공간이다. 프리마켓과 함께 할 사람은 참가등록 과정을 거친 후 자유롭게 시장 참여를 할 수 있다. 프리마켓 참가자는 연중 모집하고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freemarket.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Afternoon Stage 프리마켓 공연
음악, 춤, 퍼포먼스 등 다양한 창작자들이 열린 공간에서 시민들과 만나는 공연 무대다. 작고 소박한 공간이지만 어떤 무대보다 자유롭게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창작세계를 펼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공연을 즐긴 분들은 팁박스(TipBox)에 정성을 담아주면 더욱 좋다. 애프터눈스테이지는 소박하지만 알찬 프리마켓의 공연무대와 함께 할 공연자를 기다리고 있다. 창작한 음악,춤,퍼포먼스라면 홈페이지에서 간단한 신청 과정을 거친 후 함께할 수 있다.
▶생활창작투어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을 더욱 자세히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투어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프리마켓을 자세히 살펴보고 즐길 수 있고, 프리마켓 활동과 연계된 생활창작가게KEY와 생활창작공간 새끼를 함께 둘러볼 수도 있다. 생활창작투어는 홈페이지 ‘프로그램>생활창작투어’ 메뉴에서 신청한 후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진행한다.
▶생활창작워크샵&전시
프리마켓을 찾는 시민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고 작업과정을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생활창작워크샵은 ‘만드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소통과 새로운 의미를 찾는데 무게를 둔다. 창작을 매개로 더 깊게 소통할 분들은 누구나 신청해서 함께 할 수 있다.
▶사회적 연대 프로그램 / 캠페인
사회적 연대 프로그램과 캠페인은 프리마켓에서는 공익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단체(모임) 또는 문화예술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알리고 해결하고자 하는 단체(모임)의 다양한 활동을 소개할 수 있다. 프리마켓은 다양한 주체들이 활동을 소개하고 시민과 직접 소통하는 창구다. 홈페이지 ‘프로그램>사회적 연대 프로그램 및 캠페인’ 메뉴에서 신청 후 세부 내용을 조율한 후 함께할 수 있다.
▶Free Player, 프리마켓 자원활동가
프리마켓 활동가는 프리마켓 시장운영에 필요한 크고 작은 일을 기획하고 진행한다. 프리마켓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고, 프리마켓 활동가는 프리마켓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사람들이다. 활동가는 상시로 모집하고 있으니 홈페이지에서 ‘참가하기>자원활동신청’ 메뉴를 통해 신청서를 보내면 된다. (시장운영과 현장 진행 / 생활창작워크샵 프로그램 및 공연 기획, 진행 / 사진 기록 및 영상 촬영 / 생활창작아티스트 인터뷰 / 시장 홍보 활동 / 명랑시장 및 외부 예술시장 활동지원)
해마다 철이 지난 옷들은 골칫거리다. 버리기는 아깝고 입자니 유행이 지나 손이 가지 않는다. 불어난 뱃살로 입지 못하는 옷까지 합하면 옷장 안은 포화 상태다. 당장 내게는 쓸모없는 물건들을 남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공간이 있다. 바로 아름다운가게다. 쓰지 않는 헌 물건과 필요 없는 물건을 기증받아 깨끗하게 손질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재사용과 순환이란 철학으로 얻어진 수익금과 기부금은 소외된 이웃들과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공익을 위해 열심히 뛰는 풀뿌리 단체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 더 나아가 제3세계의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경제 활동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100원짜리 물건이라도 나누려는 고운 마음만 있다면 그 가치는 열 배 그 이상을 발휘하는 곳이 바로 아름다운가게다. 아름다운가게는 헌 물건 기부와 재사용이란 되살림의 정신뿐만 아니라 장바구니 사용하기, 무공해 세제 사용 등 '조용한 생활의 혁명'도 실천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다양한 활동과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가장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전국 방방곡곡에 위치한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다. 그중 아름다운가게 1호점이었던 안국점은 매장을 이전하면서 ‘아름다운커피’란 카페로 새롭게 변신했다. 아름다운커피는 테라스가 있는 아담한 한옥 카페로 운치 있는 공간이다. ‘히말라야의 선물’, ‘안데스의 선물’ 등 신선한 유기농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장애인 자활 단체에서 만든 쿠키와 베이커리, 우리 땅을 살리는 유기농 과일 주스 등 착한 제품들로 가득하다. 커피 원두로 만든 세계 지도, 아름다운가게의 재활용 패션 브랜드 ‘에코파티 메아리’의 신기한 제품 등도 구경할 수 있다. 커피를 마시고 지불한 돈은 저개발 국가의 커피 농부들을 위해 쓰인다. 아름다운커피는 안국점 외에 수유점에서도 운영한다. 시장 앞 카페라는 재미난 공간으로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매장이 없거나 너무 멀어 움직이기 불편한 시민들을 위해 움직이는 가게도 운영한다. 이 밖에도 아름다운나눔장터, 나눔학교, 초록산타 프로그램, 바자회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가게는 이웃과 소통하고 나눔이 있는 따뜻한 문화 공간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