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를 품은 곳
광장시장이 서울의 중심에 자리한 시간은 100년이다. 1905년 일제의 침략으로 잃은 국권을 회복하자는 취지로 광장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장의 역사가 시작됐다. 시장 개설은 1905년 7월 5일 한성부의 시장 개설 허가로 법원의 등기를 마치면서다.
이전까지는 1일장, 격일장, 3일장, 5일장 등 여러 가지 시장 개장 방식이 있었는데 광장시장은 이를 상설화시켰다. 시장 개척에 선구자격인 효시 역할을 한 것이다. 곡물상이나 어물전이 중심이 되었고 토지나 매매업도 성행했다. 그 후 한국전쟁 때 파괴되었다가 피난민들이 생활필수품과 군수품을 거래하면서 다시 시장의 기능을 복구하기 시작했다.
광장시장은 1962년 동대문시장과 광장시장으로 갈라지면서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다. 광장시장이 빈티지 패션의 중심이 된 시초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광장시장은 한복이나 침구 같은 혼수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형 쇼핑몰이 자리 잡고 있는 동대문시장은 이제 전국 젊은이들의 쇼핑천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수입구제상가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아직도 성업을 이룬다. 연예인이나 코디네이터들도 종종 찾는다. 다른 어디에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아이템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주요 고객도 초기 마니아 성향을 가진 젊은층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로드숍과 온라인숍 등 빈티지 시장이 확대되고 세분화되면서 점차 대중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값이 저렴한 벼룩시장과 저가에 방대한 물량을 보유한 구제시장이 있어 도매상인들뿐만 아니라 직접 빈티지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자주 찾는다.
빈티지의 총집산지, 구제시장
50여 년의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광장 수입구제상가는 시장 입구에서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여러 번 지나야 나타나는 작은 골목길의 건물 2,3층에 자리해 있다. 각 점포별 규모는 크지 않고 2,3층을 합해 100여 개의 점포로 구성, 운영되고 있으며 상인들은 대부분 구제시장과 함께 몇십 년을 지내온 터주대감들이다.
빈티지는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벼룩시장을 통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았으며, 국내에는 1990년 초부터 미국에서 들어온 중고 리바이스 진을 주축으로 구제(빈티지)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그 의미가 정착됐다. 이러한 빈티지의 매력은 기성복과는 다른 독특한 디자인과 오랜 역사에서 묻어나는 편안함은 물론, 유행과는 상관없이 나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품목은 스웨터, 티셔츠, 청바지, 모피, 가죽, 가방 등으로 주로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 수입, 유통되고 있다. 무엇보다 광장시장의 재미는 해외 보세부터 국내 미유통 브랜드의 구제 상품, 명품이라 부르는 해외 유명 브랜드까지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고객도 도매 상인을 비롯해 학생부터, 유명 연예인과 강남 주부들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제품 가격은 티셔츠는 3000~6000원, 드레스는 7000~1만 원, 가을 겨울에 인기가 좋은 가죽 제품은 3~4만 원 등으로 잘만 고르면 명품 같은 알짜배기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휴일은 일요일이며, 그 외의 평일 및 토요일, 공휴일에는 새벽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재래 시장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는 요즘 손님들이 번호표까지 뽑고 기다리는 재래 시장도 있다. 서울 방학동 지하철 1호선 방학역 인근에 자리한 방학동 도깨비시장이 그 주인공으로 변신에 성공한 재래 시장으로 손꼽힌다. 방학동 도깨비시장의 주력 상품은 1차 상품으로 대형 마트보다 30~40% 정도 저렴하다.
1982년 노점으로 시작한 이곳은 원래 단속반원들의 눈을 피해 저녁에만 번쩍 장이 섰다고 해서, 또 단속반원들과 도깨비놀음 같은 쫓고 쫓기기를 반복했다고 해서 도깨비시장이라고 이름 지었다. 현재는 250미터 가량 쭉 뻗은 폭 8미터 공간에 87개 점포와 13개 노점이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다른 재래 시장처럼 밀려드는 대형 마트의 위협에 폐쇄 위기를 맞기도 했다. 교통이 편하지는 않지만 주택가에 위치해 상권이 좋은 터라 대형 마트가 3개나 들어섰던 것이다.
이렇듯 벼랑 끝에 몰리자 상인들이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2003년 100여 개의 점포 상인들이 상인조합을 결성했다. 서울시에 지원금을 요청하고 거기에 상인들이 모은 돈을 합친 10억여 원의 자금으로 천장 투명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전광판 설치, 도로 포장 등 5개월여의 공사를 거쳐 2004년 새롭게 문을 열었다.
환경 개선 이후에는 상인들이 단결해 대형 마트 못지않은 마케팅과 행사를 벌였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 산지에서 공동 구매를 하고 반짝 세일, 정기 세일, 감사 세일 등 파격적인 가격 행사와 이를 알리기 위한 전단지를 제작 배포했다. 마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바자회와 원산지 표시제도 자발적으로 시행했다. 최신식 마케팅에 재래 시장만의 흥정과 에누리, 덤이 더해졌고, 이러한 노력 덕분에 하루 2000명이던 손님을 평일 9000명, 주말엔 1만 5000명으로 불어났다.
도깨비시장은 매주 3회씩 손님이 가장 많이 찾는 품목을 골라 10분의 1 가격으로 파는 '도깨비 세일'로 유명하다. 반짝 세일이 있는 날은 번호표가 등장할 만큼 시장은 인산인해다. 반짝 세일을 하고 나면 오히려 손해를 볼 때도 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진 것만으로 기쁘고, 더 멀리 내다보면 손해가 아니라고 상인들은 말한다.
그 외에도 시장 한복판에 설치한 판매대에 각 점포의 인기 품목들을 올려놓고 20~30% 싸게 팔며, 명절을 앞두고는 대대적인 할인 행사도 벌인다. 1년에 두 번은 지역의 자생 단체를 초청해 자선 바자회를 열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는 등 지역 사회와 함께하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동대문시장이라고 하면 전에는 광장시장이 있는 종로 4~5가를 이르는 말이었지만 이제는 흥인시장과 동대문 종합시장, 두타 등 대형 쇼핑몰이 들어선 동대문운동장 터 앞 광장까지를 통틀어 의미한다. 그 가운데 1970년생인 동대문 종합시장은 동대문시장과 40여 년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한 터줏대감이다.
동대문 종합시장은 의류 재료인 원단부터 의류 부자재, 액세서리 등과 일부 혼수용품을 파는 대규모 전문 시장이다. 국내 시장에서 거래되는 원단의 80%가 이곳을 거쳐간다.
처음 동대문 종합시장이 문을 연 당시에는 9917.4제곱미터 규모의 5~7층짜리 건물 세 동에 빼곡하게 들어간 5000여 개의 상점과 또 그곳에서 일하는 5만여 명이 그 자체로 구경거리였다. 근래 들어 동대문 주변 지역엔 고층 쇼핑몰이 앞다투어 새롭게 생겨났지만 동대문 종합시장엔 아직도 여전히 옛 정서, 옛 풍경 간직한 채 사람 냄새 나는 시장의 모습이 남아 있다.
동대문시장의 터줏대감이었던 동대문 종합시장도 청계천 복원을 계기로 변신을 맞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주로 상인과 디자이너들이 이용하는 전문 시장이라는 이미지가 다소 강했는데 청계천이 복원되고 난 후 일반 소비자들이 발걸음이 좀 더 잦아지면서 새로운 아이템이 절실해진 것이다. 그 일환으로 구슬, 크리스털 등 액세서리 전문 매장이 전략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동대문 종합시장 5층은 핸드메이드 천국으로 통한다. 로맨틱한 비즈 액세서리, 사랑스러운 퀼트, 각종 코르사주, 수제 인형 등 손으로 만든 모든 것이 모여 있다. 핸드메이드 제품이 큰 인기를 모으면서 일반 소비자들도 많이 찾는다. 쇼핑뿐 아니라 비즈, 퀼트는 간단한 작품을 가르치는 수강 코스까지 갖추고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들러볼 만하다.
미아삼거리 전철역을 나오면 곧장 숭인시장으로 이어지는 입구가 보인다. '숭인시장'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간판이 일주문처럼 자리한다. 그 아래에는 각종 농수산물과 잡화를 찍은 사진들이 줄줄이 붙어 있다. '없는 게 없습니다'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재래 시장의 묘미가 아닐까.
큰길 건너편으로는 롯데백화점이 당당하게 자리하고 근처에 이마트와 현대백화점도 들어섰다. 하지만 숭인시장은 그 동네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토박이처럼 뚝심 있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간판을 지나면 좌우 양쪽으로 마치 터널처럼 상가들이 이어진다. 초입에는 '다시 한 번 살맛나는 시장'이라고 적힌 글귀도 보인다. 재래 시장의 맨얼굴이 조금씩 드러난다.
숭인시장은 지난 2003년에 재래 시장 환경 개선 사업에 따라 환경을 정비했다. 재래 시장의 매력은 살리되 재래 시장의 불편함은 줄여 가능한 한 편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산만하고 제멋대로였던 가게의 간판들을 비슷한 모양새로 말끔하게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시장에는 채소 코너, 의류 코너, 음식 코너, 생선 및 젓갈류 코너, 식료품 판매 코너 등 200여 개의 업소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간간이 전통 공예품들도 보인다. 제대로 매장을 꾸린 가게도 있고, 큰 공터에 다닥다닥 좌판을 벌인 곳들도 있다.
재래 시장에서 놓칠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가 맛난 음식들. 떡볶이나 순대, 어묵 같은 분식부터 반쯤 말린 코다리를 콩나물과 함께 찐 코다리찜, 대패삼겹살, 씹는 맛이 일품인 곱창까지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먹을거리가 가득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음식의 가격이다. 대패삼겹살이 1500원, 떡볶이 1인분이 1000원이다. 20년 넘게 단골로 오는 손님도 많은데 다른 곳처럼 가격을 마구 올릴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 가게 주인들의 설명이다. 따뜻한 인심이 전해진다.
인근의 대형 백화점 사이에서도 전통 시장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숭인시장. 이곳에서라면 알뜰한 장보기는 기본이고, 소박한 정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거대한 유통망과 쾌적한 편의시설을 갖춘 대형 마트. 카트를 밀면서 정돈된 물건을 고르고 바코드로 가격을 확인하고 신용카드로 계산하는 편리함. 마트에서는 서로의 얼굴을 기억할 필요가 없다. 그 매끈한 편리함과 비교하여 시장판의 아옹다옹하는 모습은 투박하기만 하다. 그러나 시장은 마트나 백화점에서 줄 수 없는 것을 사람들에게 준다. 바로 사람 사이의 정(情)이다. 사람들은 그 살가움과 활력을 맛보기 위해 번잡스러운 시장을 찾는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은 삶의 현장 그 자체다. 전국 각지에서 실어 날라 온 농수산물과 그것을 사고파는 사람들을 한번에 만날 수 있다. 시장에 들어서면서 놀란 것은 우선 그 규모인데, 여느 재래시장과는 달리 우선 도로 좌우로 엄청나게 넓은 매장 건물과 산더미처럼 쌓인 야채와 과일들이 늘어서 있다. 수많은 트럭과 사람들이 드나들어 번잡하다.
각지에서 가락시장에 농산물이 들어오는 시간은 저녁 6시. 7시부터는 채소의 경매가 이루어진다. 가락시장의 진정한 볼거리는 바로 경매 현장이다. 해가 뜰 무렵까지 계속되는 경매로 숨 돌릴 틈이 없다. 경매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특유의 음성과 그 사이에 빠르게 오가는 입찰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딴 세상에 온 듯하다. 농산물 경매가 끝나면 바로 수산물 경매도 이뤄진다.
16만 4,000여 평에 달하는 드넓은 부지에서 작년 하루 평균 거래물량이 7,366톤이었다. 그중에서도 야채와 청과물이 6,653톤으로 절대적으로 많은 편이고 수산물이 408톤, 축산물이 305톤에 이른다. 출입하는 차량만 하루 4만 2,000대가 넘고 일일평균 이용시민의 수가 13만 명이 넘는 그야말로 국내 최고 최대의 농수산물 도매시장이다.
시장의 활기는 사람을 부른다. 무슨 찬거리를 준비할까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아줌마, 눈요기를 위해 나온 대머리 할아버지, 등산이라도 가는 듯 배낭을 메고 나온 할머니, 무언가를 팔아보겠다고 어색한 몸짓을 하는 초보 장사꾼이 있는가 하면, 내 사전엔 에누리란 없다고 강조하는 노련한 장사꾼도 있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는 일반시장보다 20%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한 농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어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시장을 자주 찾는 단골들은 경매를 마치는 시간에 방문하여 발 빠르게 물건을 구입하는데, 야채나 과일, 생선을 많이 소모하는 음식점 주인들은 주로 새벽 시간에 찾는다.
시장은 크게 야채 청과와 수산물, 축산물시장으로 나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양곡시장, 청과시장, 야채시장, 마른고추시장, 마늘시장, 수산물 시장, 건어물 종합상가, 축산물직판장, 식품종합상가, 냉동 창고 등으로 세분되어 있다.
해질 무렵이면 수산물코너에 들려 횟감을 사려는 사람들이 시장을 찾는다. 근처 횟집에서 바로 회를 떠주기 때문에 시중보다 훨씬 싼 가격에 회를 먹을 수 있다. 신선한 야채를 저렴하게 살 수 있고, 때론 편하게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삶이 살아 숨 쉬는 곳이 바로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이다.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 사이, 그리고 을지로 방산시장과는 얼굴을 마주하는 오장동 중부시장. 발 편한 신발 한 켤레면 온 종일 시장들을 돌며 세상 구경, 사람 구경 실컷 할 수 있는 요지에 자리 잡고 있다.
오장동 중부시장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예관동, 을지로에 걸쳐 있을 만큼 그 규모가 크며, 1만 6327제곱미터의 대지에 900여 개의 점포가 오밀조밀 모여 있다.
대부분의 점포는 건어물 전문 시장답게 멸치, 오징어, 노가리, 미역, 김, 굴비, 건채 등 바다에서 나는 것들을 주로 다루며, 그 외에 한과, 견과류, 제수를 다루는 곳도 꽤 있다. 대부분 시중보다 20~30% 저렴하다. 마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건어물 외에도 근해, 주변 국가에서 잡히는 다양한 어류를 취급하므로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다.
중부시장은 새벽 3~4시에 문을 열어 정오까지는 상인들을 상대로 도매하고 오후에는 일반인에게 소매한다. 오후 6시 정도면 대부분 문을 닫기 때문에 여유 있게 돌아보고 싶다면 세 시간 정도 넉넉히 잡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건어물 전문 시장임을 알리는 커다란 아치형 문은 도시와 바다를 냄새로 구분 짓는 경계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양옆으로 늘어선 멸치 상회들. 자잘한 볶음용 멸치부터 국물을 내는 데 사용하는 것까지 종류별, 산지별로 수북수북 쌓인 멸치더미가 줄을 잇는다. 맛을 보라는 상인들의 권유에 한두 개씩 집어먹다 보면 한바퀴만 돌아도 물이 켜고 턱이 얼얼할 정도니 재래 시장의 인심도 수북한 멸치만큼이나 넉넉하다.
멸치 골목을 지나면 미역, 김, 새우, 굴비, 쥐포, 북어를 파는 상점들로 이어진다. 시장에도 트렌드가 있는데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것은 가공식품화한 건어물. 특히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조미한 김이나 쥐포, 북어가 트렌드를 이끈다.
재래 시장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흥정. 반듯하고 깔끔하게 포장된 마트에 길들여진 이들에겐 조금은 수선스럽기도 하겠지만 말만 잘하면 한움큼씩 더 집어주는 재미를 맛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게다가 수십 년간 한 가지만 취급해온 생활의 달인에게서 요리법이나 보관법 등 요긴한 정보도 덤으로 들을 수 있으니 재미와 실속을 한번에 얻는 행운이 중부시장에서는 가능하다.
동대문은 서울의 대표적인 패션 타운이다. 자하 하디드가 설계를 맡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 파크가 완공되어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그 곁의 창신동에는 또 하나의 보물 같은 시장이 있다. 동대문 완구 시장이라고도 하고 동대문 완구 도매 시장이라고도 한다. 그 이름에 동대문 대신 창신동을 쓰기도 한다. 완구 대신 문구를 쓰기도 하고 완구와 문구를 같이 쓰기도 한다. 모두가 같은 장소다. 동대문역 4번 출구로 나와 두 번째 우측 골목이다. 동대문 패션 타운이나 동묘역에서도 멀지 않다.
동대문 창신동 완구 도매 시장은 우리나라 최대의 완구 도매 시장으로 100여 개가 넘는 완구, 문구점들이 모여 있다. 완구류가 중심을 이루고 문구류 상가가 또한 여럿 자리한 형국이다. 서울 어디에도 문구나 완구를 이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장소는 없다. 문구나 완구는 보통 시중의 30~40% 이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데 개중에는 70~80%까지 할인가를 자랑하는 것도 많다.
완구 도매 시장은 예스런 재래 시장을 닮았다. 진입로를 따라 좌우로 상가가 도열해놓고 길 밖으로 진열대를 겸한 좌판들이 나 있다. 상점의 외관도 온통 장난감류로 치장했다. 그 길을 따라 좌우로 스며들 듯 몇몇 완구점이 있지만 대부분 진입로에서 길게 이어지는 일직선상에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로봇이나 인형 등은 기본이다. 총이나 칼 같은 장난감에서 조립식 장난감, 레고 시리즈까지 그야말로 장난감의 천국이다. 소꿉놀이 장난감 시리즈나 학습용 장난감도 갖추고 있다.
그 가운데는 비슷한 종류의 제품도 제조사별로 찾아볼 수 있고, 같은 제조사의 제품도 매장에 따라 조금씩 가격 편차가 있다. 때문에 다리품을 많이 팔거나 말만 잘하면 공짜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더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는 완구 매장 중심으로 붐비고, 새 학기에는 문구 시장이 붐빈다. 아무래도 성수기에는 조금 일찍 찾는 것이 저렴한 쇼핑이 가능한 또 하나의 방법이다.
아이들을 위한 천국이라는 생각도 오산이다. 어른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것은 기본이요, 특히 피규어 마니아들에게는 숨은 진주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연인들의 이색적인 데이트 코스로도 추천할 만하다. 다만 별도의 주차장이 없는 만큼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게 편하다.
청계천이 복원되며 서울의 볼거리가 하나 늘었지만 잃은 것도 있다. 아직 일부가 남아 있긴 하지만 주변 노점상과 '황학동 도깨비시장'이 그것이다. 2004년 동대문운동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이들은 동대문운동장이 헐리면서 다시 한 번 자리를 옮겨 '서울풍물시장'이란 이름으로 신설동에 새로운 터를 잡았다.
풍물이란 원래 특정 지방에서만 나는 특산물이나 물건, 독특한 민속 구경거리를 뜻한다. 따라서 풍물시장(風物市場)이란 그러한 지역 특산물이나 구경거리 등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민속 5일장이나 상설장터를 말한다.
산업화, 현대화 물결에 밀려 청주, 강화 등지의 풍물시장은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고 그나마 전남 장흥 등에 일부가 남아 있다. 서울풍물시장이 태어난 것은 황학동 벼룩시장 등 풍물을 담은 민속 문화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지난 2008년 4월 개장한 서울풍물시장은 생활용품, 관광상품, 토속상품, 민속 먹거리 등 민족 고유의 풍물과 실생활에 사용했던 물건들, 즐겨 먹었던 음식 등이 어우러진 곳이다. 연중 내내 풍물패의 공연이 이루어지고 지역 특산물의 직거래, 전통과 현대 생활공예품 거래 등이 이루어진다.
들어서자마자 펄럭이며 반기는 만국기가 왁자지껄한 장터의 분위기를 돋운다. 총면적 7,941㎡에 2층으로 지어진 건물에는 화려한 맛은 없어도 옛 서민들의 소박한 삶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물건과 먹거리가 가득하다.
서울풍물시장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빛깔로 구역이 나누어져 있다. 빨강동은 푸드코트, 주황동은 지역특산물·공예품·신변소품·수석 등을 다루며 노랑동은 타자기·전화기 등 구제물건을, 초록동은 골동품 코너로 전통 앤틱가구 고미술품을, 파랑동은 패션소품, 남색동은 패션의류·서화·한지, 마지막 보라동은 잡화와 전자·공구 등을 다룬다.
인사동과 달리 고가품이 없어 부담 없이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는 것 또한 서울풍물시장의 특징으로 어르신들에겐 향수를, 학생들에게 견학 장소로도 좋다. 청계천과 가까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관람코스이기도 하다.
옛것을 팔지만 서비스는 새롭다.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해 쇼핑이 편리하고 소비자 이용불편 신고센터도 있으며 물건의 교환이나 환불에도 불편이 없다.
프로그램 | 내용 | 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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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체험관 | 하회탈, 전등갓, 족자, 청사초롱, 한지손거울, 냉장고 자석, 전통문양 비누 등 전통문화 소품 제작 *수용인원: 최대 24명 | 단체 사전 인터넷 예약 필요 *개인은 상시 가능 |
주말축제 | 4~10월 매주 토요일 진행 | |
외국인 벼룩시장 | 연 5~6회 |
바다와 동떨어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곳. 바로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에 위치한 노량진 수산시장이다. 이곳에는 바다에서 바로 건진 듯한 살아 있는 각종 해산물이 넘쳐난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전신은 1927년 서울역 부근 의주로에 문을 연 경성수산이다. 그 후 1971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해 서울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경매장 6949제곱미터, 판매장 8461제곱미터, 주차장 3만 977제곱미터 등 연면적 6만 9300제곱미터, 상인과 경매인 등 종사 인원 3400여 명을 비롯해 하루 유동 인구가 3만여 명에 달하는 거대 규모다.
현재는 수협중앙회의 자회사인 노량진수산㈜이 운영하고 있다. 전국의 각종 수산물이 이곳에 모여 경매 방식을 통해 전국 각 시장으로 운송된다. 각 산지의 수산물이 한 곳에 모이는 것이다.
경매는 패류가 새벽 1시, 선어는 새벽 1시 30분, 활어가 새벽 3시에 시작된다. 경매를 마친 수산물들은 다시 이곳을 기점으로 다른 도시민들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길을 떠난다. 도매를 전문으로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소매도 활성화되어 있다.
바다를 볼 수 없는 서울 시민들에게 노량진 수산시장은 바다의 맛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이다. 꼭 수산물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여러 종류의 수산물을 보고 즐기는 재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입구부터 바다내음이 가득하다. 1호선 승강장을 나와 철길 건너 구름다리를 건너면 짠 소금 냄새가 수산시장의 존재를 알린다. 그 냄새를 따라 계단을 한 층 내려가면 줄지어 주인을 기다리는 다양한 수산물의 천국이 나온다. 싱싱한 횟감을 고르려는 손님들 사이로 소주 박스를 힘겹게 나르거나 걸쭉한 목소리로 손님을 부르는 상인들이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서울에서 가장 큰 ‘생선가게’이자 ‘횟집’이기도 하다. 보통 경매가 이뤄지는 새벽 1~4시 사이가 도매 상인을 위한 시간이라면, 점심 시간과 저녁 시간, 그리고 늦은 밤까지는 싱싱한 횟감을 찾아 나선 손님들로 북적인다. 직접 고른 생선으로 바로 현장에서 회를 먹는 즐거움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으니 찾는 이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 게다가 덤까지 얹어주는 후한 인심은 노량진 수산시장의 또 다른 매력이다. 가족, 친구, 회사 동료들과 함께 푸짐한 회접시를 놓고 시끌벅적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시장은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돼 언제든 찾아도 헛걸음할 일이 없다. 다만 수산시장 내 각 점포들은 소매상과 도매상을 대상으로 하루종일 이어지는 스케줄 때문에 운영 시간에 차이가 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시청률 50%에 육박하는 공전에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다. 당시 드라마의 인기 덕에 주인공 김삼순(김선아 분)의 직업인 파티셰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었다. 방산시장 베이커리 골목도 드라마 덕을 많이 봤다. 극중에서 김삼순이 제빵 도구를 사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시장이 바로 방산시장 베이커리 골목이다. 물론 드라마가 방영되기 이전부터 베이커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나 파티셰들에게는 잘 알려진 명소였다. 다만 방산시장이라는 이름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방산시장은 포장 원자재나 인쇄, 판촉물 등의 거래가 주로 이뤄지는 지류 도매 시장으로 유명하기 때문. 베이커리 골목은 방산시장 내에 자리한 20미터 남짓한 상가 골목이다. 방산시장은 을지로 쪽에서 가깝지만 베이커리 골목은 청계천에서 가깝다. 4가와 5가 사이의 방산시장 입구로 들어와 처음 만나는 갈림길에서 다시 청계천 쪽 대각선 상가 골목이 베이커리 골목이다.
골목 초입에 들어서면 고소한 베이커리 냄새가 나는 듯하다. 몇 걸음 내딛지도 않았건만 좌우로 베이커리나 쿠키의 모양을 만드는 각종 몰드와 쿠키 커터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손가락보다 작은 기구에서 제법 큼지막한 기기까지 그 종류도 다채롭다. 공업사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철물점이라기보다 베이커리 관련 재료 상가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상가 초입에 있는 두 공업사에서 시작해 주변으로 번져나가며 베이커리 골목을 형성했다. 조금 더 들어가면 제빵 재료상이 즐비하다. 공업사들이 베이커리의 하드웨어를 취급한다면, 상회들은 베이커리의 소프트웨어를 판다. 딸기, 블루베리 등 각종 시럽에서 땅콩, 아몬드, 피스타치오 같은 견과류까지 가득하다. 국내에서는 구입하기 힘든 수입 제품도 다양하게 취급한다. 청계천변의 방산시장 입구 골목에서도 견과류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또한 지류 도매상답게 베이커리 포장 재료를 판매하는 상점도 많다. 각종 선물 포장을 위한 포장지나 상자, 지끈 등 종류와 형태를 망라한다.
초콜릿 재료만을 전문으로 하는 상가도 있다. 베이커리 골목에서 나와 종합상가 A동 1층이 그곳. 주차장 앞이라 차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20년 넘게 초콜릿 재료만을 파는 역사 깊은 곳이다. 밸런타인데이를 전후해서는 인근에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 사람들로 붐빈다. 도매상이지만 소매도 하고 인터넷 판매도 한다.
단 한 가지, 베이커리 골목도 아쉬운 점이라면 영업 시간. 도매 시장이라 대부분 토요일에는 오후 6시 전에 문을 닫고 일요일에는 영업을 쉬는 곳도 많다. 베이커리 골목의 오롯한 재미를 즐기려면 평일 방문이 좋을 듯하다.
꽃향기 지천에 흩날리는 봄날. 그러나 이곳에 가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꽃향기에 취할 수 있다. 2만 8000평 대지에 경매 시장과 도매 시장이 함께 자리한 국내 최대 꽃시장인 양재꽃시장은 이름도 모를 각양각색의 꽃과 난, 분화 등을 판매한다. 눈앞에 펼쳐진 꽃 대궐의 진풍경에 눈과 코가 황홀할 지경이다.
하우스 형태의 매장이 가동과 나동으로 구분되어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 꽃나들이 삼아 나온 이들은 소매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매장을 이용하면 된다. 대형 화훼 단지라 도매 거래만을 연상했다면 오산. 소매상이 따로 구분돼 있어 소규모 거래도 활발히 이뤄진다. 지하에는 원예 자재점, 수족관, 조류, 조경수 등을 구비하고 있으니 꽃구경이 끝나면 잠시 들러볼 만하다.
꽃시장에도 유행은 있다. 몇 년 전 산세베리아가 음이온을 발생해 유행을 했다면 어느 해에는 알로카시아, 금전수 등이 유행했다. 웰빙, 로하스, 아토피병 등 사회 이슈에 따로 화훼 시장의 유행도 변한다. 그저 아름다운 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마다의 효능과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만이 아니라 육체의 건강도 돕는 셈이다. 반면 허브처럼 꾸준히 사랑받는 꽃도 있다. 그렇다고 유행하는 식물만 갖추고 있지도 않다. 양재꽃시장에는 이름도 낯선 특이한 생김의 꽃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생화를 직접 경매하고 판매하기 때문에 시중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물론 화분과 배양토를 직접 구입해 식물을 직접 심을 수도 있다. 꽃에 물을 주는 것밖에 모른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양한 바구니에 심어놓은 꽃과 식물을 구입하면 된다. 매장에서 꽃을 선택하고 원하는 화분을 선택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심어주기도 한다.
주말을 이용해 집 안을 장식할 꽃을 사러 가는 것도 좋다. 달콤한 꽃향기는 주말 나들이 장소로 자격이 충분하다. 또한 봄맞이 화분에서 졸업, 입학식, 어버이날 등의 시즌에는 꽃을 사러 오는 이들이 부쩍 늘어 한층 활기를 띤다. 시장이 가진 오롯한 멋과 생명력을 누려보기에 가장 좋은 때다. 무엇보다 가장 ‘화사한 물건’을 사고파는 아름다운 시장이 양재꽃시장이다.
지하철 1호선 제기역에 내리면 한약 달이는 냄새와 약초 냄새가 진하게 코끝을 자극한다. 국내 최대의 한의약 종합 단지인 서울약령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수삼, 미삼, 약대추, 황기 등 전국의 약재란 약재는 모두 이곳에 모인다. 총기를 더한다는 총명탕에서 빈혈에 좋은 사물탕, 원기 회복을 위한 녹용 등 가족 건강을 생각한 주부들의 발길이 유난히 잦은 이곳은 한의원, 한약 도매상, 탕제원 등 한약 관련 점포만 800여 개가 넘는다.
서울악령시장의 뿌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약재를 취급하는 상인들이 전국 각지에서 청량리역을 이용해 모여들기 시작하며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것이다. 그리하여 자연스레 시장이 형성되었고 지금은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한약 재래 시장으로 성장했다. 1995년 6월에는 서울시에서 '경동약령시'로 승인받았다. 거래되는 한약제만도 전국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데 특히 유통 단계를 줄여 시중 가격보다 30% 정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서울약령시장에서는 각종 민간 요법에 등장하는 개구리, 자라, 민물새우 등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희귀한 약재도 구입할 수 있다. 선인장 열매, 맨드라미 꽃씨, 옥수수 수염, 뽕나무 뿌리 등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탕제원에서는 수수료 1만 원 정도만 지불하면 약을 먹기 편하게 밀봉 포장 해준다. 소요 시간은 3시간 정도. 인삼 시장에서는 인삼, 홍삼, 미삼과 각종 꿀, 국내산 영지버섯 등을 판매한다.
근래에는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의 발길도 늘었다. 외국인들은 흔히 접할 수 없었던 한방의 세계에 귀를 쫑긋 세운다. 아직은 세계적으로 그 효능을 인정받은 인삼 구매 정도에 그치지만, 그들에게는 쇼핑을 떠나 진귀한 볼거리로서의 매력도 크다. 내국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오리, 닭, 돼지고기는 물론 두릅, 푸성귀, 늙은 호박을 파는 난전까지 만물상이 따로 없다. 저렴한 가격은 물론, 마치 시골 장터에 온 듯 구경하는 재미까지 더해져 서울약령시장은 사시사철 사람들로 북적거린다.